이이는 정치에서 학문을 정의하였다. 학문은 지식의 높이를 쌓아올리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바르게 세우고 세상의 이치에 밝아지는 것, 그것이 학문이다. 이 부분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하게 된 부분이며, 이이를 존경하게 된 지점이다. 이 책을 두 번 읽고 나서야 이 부분의 진정성을 깨달았다. 이이는 정성을 다해 자신을 바로 세우려, 진정으로 좋은 정치를 펼치려 학문을 하였다. 이이에게 학문은 자신을 갈고 닦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학문을 목적으로 살고 있다. 수능 성적을 위해 공부하였고, 학력을 위해 학창시절을 보냈다.
형식적인 학문을 하는 나와 달리 이이는 실제 학문을 하며 자신의 마음속에 단단한 조약돌을 다듬었다. 작은 조약돌은 이이가 학문을 통해 쌓아 올리고 온축한 삶의 기준이다. 이이는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정확한 기준이 되는 혈구지도를 완성했다. 이이가 만든 혈구지도는 도와 덕이다. 복잡하고 다원화된 세상 앞에서는 도와 덕이 작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이는 도와 덕으로 작고 단단한 조약돌을 만들었다. 조약돌을 잃어버리지 않게 손에 꼭 쥐고, 세상을 바라보고 덕을 실천하였다. 조약돌을 쥔 이이의 생각은 확신에 가득 차 단단하게 느껴졌다. 이이가 학문을 통해 큰 산을 쌓지 않았다. 이이의 생각은 작은 조약돌처럼 단순했다. 도와 덕을 근본으로 하여 생각을 정밀하고 단단하게 쌓았다. 어느 호수든 조약돌이 날아가면 물결이 일듯, 이이는 맥락과 상황에 맞게 중용의 자세로 도와 덕을 널리 밝히는 판단을 하였다.
이이는 좋은 정치를 하려는 뜻이 있다면 가장 먼저 덕을 쌓으라 하였다. 그리고 덕을 쌓는 수단으로 학문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현실적으로 정치에 필요한 요소는 현인과 신하이다. 그러나 현인은 임금이 덕을 갖추고 있어야 등용할 수 있다. 신하들을 바르게 단속하고 그들의 정책을 시행할 때에도 임금이 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좋은 정치를 함에 있어 마음속에 단단한 조약돌이 필요한 이유이다.
책에서 선조가 정치를 할 때,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이이는 선조에게 덕을 정치로 확장할 것을 간언한다. 이 부분이 선조와 이이의 같으면서 다른 점이다. 이이와 선조는 학문을 통해 덕을 쌓은 공통점이 있다. 반대로 이이와 선조는 학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를 보인다. 선조는 학문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겼다. 학문에서 정치를 바라보아서, 학문을 거스르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이이는 학문을 덕을 쌓는 수단으로 여겼고, 덕을 위해서는 학문과 전통, 역사를 거슬러도 된다고 생각했다. 학문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형식적이듯, 학문을 목적으로 하는 덕은 형식적이다. 당연히 선조가 행하는 정치는 덕이 없는 형식적인 정치였다. 이이와 달리 선조에게 덕과 학문은 큰 산처럼 어렵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하였다. 이이에게 정치는 간단하고 단순했다. 단단한 조약돌을 손에 쥐고 하는 정치는 간단하면서도 가장 올바른 정치였다. 항상 밝은 식견과 바른 판단을 내리는 이이를 존경한다.
우리의 삶이 정치와 다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옷깃을 스치며 여러 사람을 만날 것이다. 또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마주할 것이다. 그 선택 앞에서 바르게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삶의 방향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학문을 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찾고 인연을 이어가는데 덕이 필요하다. 선택에 있어 중용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에도 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갈고 닦아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노력해야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이를 읽어야 하는 것은, 작지만 단단한 조약돌 만든 위대한 성인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슬프게도 많은 사류들이 형식적인 학문을 하며 큰 산을 쌓았다. 큰 산을 옮길 수 없듯, 사류들의 생각은 폐쇄적이고 옹졸하며 융통성이 없었다. 또한 큰 산을 아무나 오를 수 없듯, 사류들은 무리로 큰 산을 만들어 남을 배척하였다. 이 사람들은 나와 다르지 않다. 입신을 위해 학문을 하고, 덕을 근본으로 하여 살지 않는다. 부족한 사류들은 그릇된 정치를 하였다. 학문을 목적으로 산 과거를 반성하고, 부족한 사류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정성을 다해 정밀한 덕을 쌓아야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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